아이폰 18 기본형 내년으로 밀린 사연, 그리고 ‘공짜’ 아이폰 17 프로가 던지는 묘한 선택지

IT·과학

매년 9월이면 어김없이 완전체 라인업을 선보이던 애플의 오랜 룰이 깨졌다. 닛케이 아시아나 블룸버그 같은 외신들이 전하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올가을 무대에는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 맥스, 그리고 사상 첫 폴더블 아이폰 딱 세 모델만 오를 예정이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기본형 아이폰 18은 무려 2027년 봄으로 데뷔가 미뤄졌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가을 풀라인업 공개 공식을 깨면서까지 애플이 신제품 출시를 두 번으로 쪼갠 이면에는 생각보다 팍팍한 부품 시장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주범은 널뛰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심각한 품귀 현상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4분기에만 50% 넘게 폭등한 메모리 가격이 올해 1분기에도 추가로 50% 치솟을 전망이다. 원가 부담이 큰 중저가 모델은 팔아봐야 마진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모리 물량 자체를 구하기 벅찬 마당에 차라리 수익성이 넉넉한 프로 라인업에 한정된 부품을 몰아주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섰을 거다. 여기에 엔비디아나 구글 같은 AI 공룡들이 메모리와 기판 물량을 싹쓸이하면서 애플에게 돌아갈 몫이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팀 쿡 CEO조차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작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엔 메모리발 타격이 미미했지만, 올해 1월에서 3월 분기엔 그 여파가 꽤 매섭게 다가올 것”이라고 인정했다. 조만간 애플이 부품 협력사들을 소집해 공급망을 전면 재점검할 거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결정이 올해 처음 내놓는 폴더블 아이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적 판 짜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차세대 라인업의 지형도가 이렇게 요동치는 사이, 통신사들은 부지런히 재고 털기 모드에 돌입했다. 당장 눈에 띄는 건 T-모바일이 던진 승부수다. 솔직히 아이폰 17 프로가 더 이상 신선한 신상은 아니다. 지난 9개월 동안 독특한 카메라 모듈과 바이럴을 제대로 탔던 ‘코스믹 오렌지’ 색상 덕에 우리 소셜 미디어 피드를 지겹도록 장식해 온 녀석이니까. 하지만 새로운 아이폰 18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지금이야말로 셈법이 빠른 소비자들에겐 꽤 괜찮은 기회다. 굳이 남들보다 먼저 최신폰의 박스를 뜯어야 한다는 강박만 없다면 말이다. T-모바일은 끝물 수요를 잡기 위해 아이폰 17 프로를 아예 무료로 푸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보상 판매로 넘길 중고폰이 없어도 혜택을 챙길 수 있다.

물론 통신사들이 밑지는 장사를 할 리는 없다. 기기값을 온전히 0원으로 만들려면 타사에서 넘어와 ‘익스피리언스 모어’나 ‘익스피리언스 비욘드’ 요금제로 새 회선을 개통해야 한다. 기존 고객이라면 아이폰 15 프로 같은 적격 단말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방식은 통신사 특유의 조삼모사다. 기기 출고가를 24개월 할부로 묶어두고 매달 청구서에서 그만큼의 프로모션 크레딧을 차감해 해당 기기 청구액을 상쇄시키는 식이다. 만약 중간에 변심해서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거나, 다가오는 9월에 아이폰 18로 훌쩍 기변을 시도한다면 달콤했던 매월의 크레딧은 그 즉시 증발한다. 남은 기간 동안의 할부원금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청구된다.

그럼에도 이 ‘끝물’ 폰이 묘하게 구미를 당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최근 애플은 iOS 27에 탑재되는 핵심 AI 도구들을 아이폰 17 프로 사용자들에게만 제공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리(Siri) AI의 가장 진보된 기능을 온전히 굴려보고 싶다면, 어쩌면 지금이 출혈 없이 기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타이밍일 수 있다. 기본형 18 모델은 내년 봄으로 밀려버렸고, 올가을 무대에 오를 프로 라인업은 메모리 파동 탓에 가격표가 꽤나 살벌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