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미국 내 입지가 심상치 않다. 트랙라인(Traqline) 같은 현지 시장조사기관 지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지에서의 체감 인기는 상당한데, 이는 숫자로도 분명히 증명됐다. 지난해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 핵심 6대 가전 품목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2%를 넘기며 2024년(21.1%)에 이어 2년 연속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괄목할 만한 건 냉장고 부문이다. 그동안 쟁쟁했던 삼성전자나 현지 터줏대감인 월풀을 따돌리고 24.3%의 점유율로 사상 첫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미국 소비자들의 주방 생태계를 LG가 완전히 장악해가고 있다는 명백한 방증이다.
주방에서의 압도적 성과는 거실을 향한 집념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지난 5월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포스트 프로덕션 업체 ‘픽처 숍(Picture Shop)’에 등장한 LG OLED evo AI G6는 가전 1위 기업이 스크린 기술로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매개체였다. 할리우드 기술진들의 오랜 파트너인 이곳에서 열린 시연회에는 영상 업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블레이드 러너>(1982)부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 <올드>(2021) 등 숱한 명작의 색채를 만진 베테랑 컬러 사이언티스트 조슈아 파인스(Joshua Pines)를 비롯해, 최근 호평받은 시리즈 <더 핏(The Pitt)>의 촬영감독 조안나 코엘류(Joanna Coelho)와 컬러리스트 토니 다모어(Tony D’Amore)도 참석해 G6의 면면을 꼼꼼히 살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탄성을 자아낸 건 차세대 화질 기술인 ‘하이퍼 레디언트 컬러(Hyper Radiant Color)’였다. 기존 대비 최대 3.9배까지 밝기를 끌어올린 브라이트니스 부스터 울트라는 주변 조도에 구애받지 않고 완벽한 블랙과 색상을 구현해 냈고, 3세대 알파 11 AI 프로세서는 영상의 촘촘한 디테일을 악착같이 살려냈다. 파인스는 이를 두고 “할리우드 포스트 프로덕션 업계 전체가 오랫동안 목말라하며 요구해 온 바로 그 스펙을 정확히 짚어냈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화질만큼이나 화제가 된 건 조명 조건과 무관하게 빛 반사를 극적으로 줄여주는 패널의 질감이었다. 촬영감독 코엘류는 작업자의 의도가 화면 밖으로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주목했다. 그녀는 “<더 핏> 특유의 색상 대비, 그러니까 천장 조명과 새하얀 벽, 그리고 짙은 수술복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제대로 보려면 빛 반사가 없는 화면이 절대적”이라며 “스크린에 주변 빛이 어른거리는 순간 창작자의 치밀한 의도는 전부 날아가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의도된 시각적 연출을 훼손 없이 재현해 낸 G6의 역량은 탁월했고, 이는 최근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반사 없는 프리미엄(Reflection-Free Premium)’ 인증을 획득하며 객관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영상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 영화적 카타르시스의 상당 부분은 사실 그 짙은 그늘 안에서 잉태된다. 그렇기에 진짜 영상 전문가들이 TV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건 쨍한 밝기가 아니라 블랙의 아득한 깊이, 그리고 그 흑백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디테일이다. 색이 미세하게 틀어지거나 화면에 이질적인 빛이 맺히면 창작자가 세팅한 몰입의 마법은 그대로 풀려버리고 만다. 수치적인 시장 장악력을 넘어 하이엔드 시네마 장비로써의 가치까지 증명하려는 LG의 행보는 꽤나 흥미롭다. 조슈아 파인스, 조안나 코엘류, 토니 다모어와 함께 나눈 G6의 색 재현력과 스크린 물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들은 결국, 최상급 스튜디오의 밀도 높은 공기를 평범한 거실로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