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의 화려한 발레는 끝났다: 초지능의 허상과 2026년 B2B 시장의 냉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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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내에 세상을 뒤집어놓을 것만 같았던 범용인공지능(AGI)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최근 들어 급격히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한때 테크 업계는 AGI가 등장하기만 하면 인간을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스스로 진화하며 인공초지능(ASI)의 영역까지 도달하는, 그야말로 무대 위 화려한 발레 같은 완벽한 퍼포먼스가 펼쳐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7일 공개된 새로운 모델 ‘GPT-5’였습니다.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으로 AGI에 성큼 다가설 거란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GPT-5는 기초적인 철자 오류 같은 어설픈 실수를 남발하며 짙은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단기간 내에 AGI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샘 올트먼조차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AGI는 이제 그다지 유용한 용어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죠. 요컨대, 마법봉을 휘두르듯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세상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전지전능한 단일 AI의 등장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최측근이자 가상화폐 및 테크 업계 주요 인사인 데이비드 삭스 역시 이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는 선도적인 AI 모델들이 신에 버금가는 초지능에 도달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시중에 풀린 AI들이 서로 고만고만한 성능을 보일 뿐 결국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조 도구의 선에 머물 것이라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AI 산업은 이대로 정체기를 맞이한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뜬구름 잡는 허상을 버리고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실전 압축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SaaStr AI Annual 2026 행사에서 쏟아진 화두들이 이를 정확히 대변합니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수많은 창업자들과의 열띤 질의응답 속에서 도출된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막연하게 모든 것을 다 잘하는 AI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120% 효율을 내는 ‘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렸고, 그 기술을 고객의 비즈니스에 얼마나 확실하게 이식시킬 수 있느냐가 유일한 생존 공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징후는 세일즈의 룰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점입니다. 과거처럼 적당히 비위를 맞추며 얄팍한 인맥으로 계약을 따내는 이른바 ‘비즈니스 접대’는 공식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크리켓 경기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선수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퇴출당하고, 묵묵히 실전 피치 위에서 배트를 휘둘러 득점을 만들어내는 선수만 살아남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제 세일즈 담당자는 자사 제품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완벽한 기술 전문가가 되어야만 합니다.

Replit의 ‘전진 배치 엔지니어(FDE)’ 코디(Kody)의 사례가 이를 완벽히 증명합니다. 제가 서비스 이용 중 벽에 부딪혔을 때, 그는 단박에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고 코드를 우회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단 한 번의 깔끔한 해결 덕분에 저는 Replit의 열성 팬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를 안겨주었죠. 반면, Marketo는 에러를 해결한답시고 4시간 동안 통화만 질질 끌며 고객 탓을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매주 제품의 뼈대가 바뀌는 이 짐승 같은 AI 시대에, 코디처럼 즉각적인 기술적 해답을 주지 못하는 영업사원은 논외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작년 여름, 세일즈포스의 팟캐스트에서 마크 베니오프가 무심코 내뱉은 속내는 지금 업계 최전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뼈아프게 보여줍니다. 그는 거액의 B2B 계약을 이야기하다 말고, “우리도 모든 고객이 시스템 구축을 완전히 끝내기 전까지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게끔 해주고 싶다”고 고백했습니다. B2B 소프트웨어의 제왕조차 3년 뒤, 5년 뒤에나 간신히 작동하는 낡은 시스템이 아니라,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도입 30일 차에 완벽히 굴러가는 에이전트를 원한다는 겁니다. 동시에, 줌(Zoom) 화면 너머로 쌓아 올린 가짜 인맥은 더 이상 방패막이가 되지 못합니다. 직접 대면한 적도 없이 텍스트나 몇 번 주고받은 사이라면, 더 나은 에이전트를 탑재한 경쟁사가 등장했을 때 단 90일 만에 가차 없이 교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당장 직시해야 할 유일한 프레임은 ‘결함 대비 가치(Slop-to-Value) 비율’입니다. 누군가는 최근 쏟아지는 AI 서비스들이 버그도 많고 엉성하다며 깎아내립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가 이번 행사를 위해 Replit으로 짰던 코드 역시 처음 16,000줄에서 나중에 48,000줄로 불어나는 동안 곳곳에 군더더기가 꼈을 겁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약간의 엉성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어내는 압도적인 생산성과 혁신의 크기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AGI라는 파랑새를 좇으며 소모적인 용어 논쟁에 집착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은 내 비즈니스에 당장 꽂아 넣을 수 있는 AI의 냉정한 효용을 계산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성장의 동력을 쥐어짜 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