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긴 적자의 터널을 지나온 LG디스플레이가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올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연간 흑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전면 개편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침체된 디스플레이 시장 속 ‘나홀로 성장’ 예고한 OLED
1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출하량은 올해 대비 약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 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OLED 분야는 6.1%라는 유의미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억 4307만 대 수준인 OLED 패널 출하량은 내년 11억 626만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올해 성장률(5.0%)을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8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OLED TV 패널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해당 부문 출하량은 올해 780만 대에서 내년 873만 대로 11.9%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4월 대형 LCD 패널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OLED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했다.
3분기 흑자 전환 성공, 고부가가치 중심 체질 개선 완료
LG디스플레이의 이러한 전략 변화는 이미 실적표에 반영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던 적자 고리를 3분기에 끊어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는 강도 높은 원가 혁신 활동과 더불어 OLED 제품 비중을 역대 최대치인 65%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3분기 제품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모니터·노트북 등 IT 패널이 37.3%, 스마트폰 등 모바일 패널이 34.9%를 차지했으며, TV 패널은 19.1%, 차량용 패널은 8.7%를 기록했다. 전 제품군에 걸친 OLED 출하 확대에 힘입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5%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과 달리 OLED 시장은 하반기부터 시작된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흑자 전환의 기반을 닦은 만큼 내년 수익성은 더욱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래 먹거리 ‘전장 사업’과 그룹 시너지 본격화
LG디스플레이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세 또한 매섭다. 올해 차량용 OLED 패널 시장 규모(면적 기준)는 전년 대비 56.7% 성장한 16만 79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이보다 높은 64.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출하량 기준으로도 내년 63.0%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LG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전장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특히 LG전자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디스플레이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감가상각 종료에 따른 비용 구조 혁신, 내년 영업이익 1조 원 전망
재무적으로는 대규모 설비 투어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파주 OLED 공장의 감가상각은 올해 대부분 종료되며, 중국 광저우 공장 역시 지난 7월 생산 시설 절반 이상에 대한 감가상각 반영이 끝났다. 내년 상반기 중 남은 생산 라인에 대한 비용 반영까지 마무리되면 원가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리키 파크 옴디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8.5세대 OLED 공장의 감가상각 종료로 생산 비용 절감이 본격화되면 소비자들이 더 매력적인 가격으로 대형 디스플레이를 접하게 될 것”이라며 TV 가격 경쟁력 확보를 예상했다.
증권가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 4분기 예상 매출은 7조 2232억 원, 영업이익은 42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연간 7766억 원 규모의 흑자가 예상되며, 내년에는 매출 27조 381억 원, 영업이익 1조 3144억 원을 달성하며 본격적인 ‘1조 클럽’ 복귀가 점쳐진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본부장은 “3분기부터 북미 전략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모델 공급이 확대되면서 3년간의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있다”며 “OLED 매출 비중 확대와 감가상각비 축소가 맞물려 수익성 구조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