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 기술의 진보를 통한 새로운 사회 존재의 등장

[Expert Column] 챗봇 – 기술의 진보를 통한 새로운 사회 존재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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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t Column] 챗봇 기술의 진보를 통한 새로운 사회 존재의 등장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 (stevehan@techfrontier.kr)

다른 기업들이 시리, 구글 나우, 코타나, 에코를 만들 때 페이스북은 다른 유형의 가상 비서를 소개했다. 엠(M)이라는 가상 비서는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사용자와 채팅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구매나 예약을 도와주는 인공 지능 기반의 채봇(Chatbot, 인공지능 메신저) 이다.

페이스북은 'F8 2016'에서 본격적으로 메신저 플랫폼과 메신저를 위한 봇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F8 2016’에서 본격적으로 메신저 플랫폼과 메신저를 위한 봇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내놓았다.

엠은 2015년 1월 페이스북이 인수한 위트에이아이라는 회사의 개발진이 중심이 되어 선보였지만 일부 사용자에게만 허용되었고,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을 위해 1,000 명 정도의 사람들이 지도 학습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번 ‘F8 2016(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은 본격적으로 메신저 플랫폼과 메신저를 위한 봇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내놓았다. 누구나 고객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호텔 예약을 하거나, 거래한 기업에서 영수증을 받거나 날씨 정보를 업데이트 하기 위해서 메신저를 통해 상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MS도 챗봇 사업에 박차

메신저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역할을 한다면 봇은 이제 새로운 앱이 되었다. 하나의 봇을 만들면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어 아이폰, 안드로이드, 웹 어디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갖게 할 수 있다.

여기에 엠을 통해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자연어 기반의 비서 기능을 첨부했는데 이를 위트에이아이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이제 챗봇을 원하는 어떤 서비스도 쉽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한 인공 지능 기반 채팅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구글 역시 챗봇을 이용하는 새로운 메신저를 개발해 취약한 메신저 시장에서 경쟁을 할 예정이라고 작년 12월에 월 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구글은 행아웃과 메신저를 서비스하고 있으나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구글의 연구자들은 2015년 7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대화 모델을 소개했다. IT 기업의 헬프 데스크에서 행해진 대화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검증한 결과 문제를 따라가서 사용자에게 유용한 대답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영화 자막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용해보니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Tay'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Tay’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3월 23일에 챗봇 ‘테이’를 킥, 그룹미, 트위터를 통해서 소개했다. 테이(Tay)라는 이름은 ‘Thinking about you’의 약자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세 여성의 특징을 흉내 내고 싶었고 밀레니얼 세대가 많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학습을 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24시간도 안되어서 백인 우월주의자나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어뷰징에 의해 왜곡되었고 사회적 물의만 일으킨채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이는 어떤 학습을 받아들일 것인 가에 대한 기준이 없었고, 봇 자체가 자기 반성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챗봇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인 킥(Kik)의 킥봇샵(앱과 같은 봇을 다운로드 해서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하게 만듬)에는 화장품 업체 세포라, 의류 업체 H&M, 날씨 전문 방송 웨더 채널 등 16개 회사가 봇숍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Sephora 가장 많이 팔린 립스틱은 뭔가요?”라고 질문하면 세포라의 챗봇이 대화 상대가 돼 답을 해 주는 방식이다.

2) 고급 뉴스 미디어 사이트인 쿼츠 역시 사용자와 채팅을 할 수 있는 뉴스 앱을 내놓았다.

3) 구글이 인수하려다 실패한 챗퓨얼(전에는 200 랩스라고 불렀다)은 올해 3월 러시아의 얀덱스에서 투자를 받았다. 챗퓨얼은 텔레그램을 위한 챗봇을 생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텔레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봇을 만들 수 있는데 2016년 3월 기준으로 12만 개의 봇이 500만명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4) 챗봇은 위챗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원과 호텔 예약, 영화표 구매, 실시간 교통 정보를 챗봇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기존에는 직원이 대답했지만 지금은 챗봇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5) 중국의 샤오아이스(Xiaoice)는 4천만 명이 사용하는 중이다. 2014년에 웨이보에 등장한 이래 2천만 명의 등록 사용자, 85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JD.com, 163.com, 라인, 린나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6) 우버나 타코벨도 챗봇 플랫폼을 도입 중이다.

7) 텔레그램은 봇 플랫폼2.0을 발표한 후 개발자 누구라도 흥미로운 봇을 만들게 하기 위해 백만 불의 지원금을 내놓았다. 각 개발자는 25,000불을 지원 받는다.

메신저 사용자 증가가 챗봇관심 이끌어

챗봇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 중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상위 4위 메신저 사용자가 메이저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이제 누구와 얘기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은 메신저인 것이며, 기업은 이런 변화를 놓칠 수 없었다.

<월간 메세징 앱 v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자 수 비교>

기업이 이런 챗봇을 통해 고객과 대화하는 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역은 고객 지원 영역이다. 제품에 대한 문의나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헬프 데스크의 기능을 인공지능 챗봇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럽게 나타날 분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는 3월 빌드(Build)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몇 년 내에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듯 사람과 디지털 비서, 사람과 챗봇, 심지어 디지털 비서와 챗봇이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영역은 커머스 분야이다. 즉 고객이 관심 있는 상품에 대해 문의하고, 원하는 가격대나 조건에 맞는 제품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대화형 커머스’ 분야이다.

대화형 커머스는 음성 인식을 통해 대화하면서 상거래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많은 기업은 일단 메시징 플랫폼에서 챗봇을 사용해 구매 과정을 도와주고, 구매 후 고객 지원을 실행할 것이다. 이런 챗봇은 고객 지원 센터나 매장에서 사람들이 자기를 상대하는 직원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없앨 것이다.

국내의 카카오톡이나 라인이 모두 기업 계정을 통해 소비자와 연결하고자 했지만 이는 모두 직접 해당 기업의 직원이 관여하는 방식이다. 라인은 물론 챗봇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메신저를 기업이 사용하도록 한 것은 우리가 앞섰더라도 이를 고도화하는 것은 대부분 외국 기업이 먼저이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전면 무료로 한 것 역시 이와 같이 기업 계정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고, 챗봇은 그 첫 번째 스텝이 될 것이다.

생활의 모든 일, 메시징하듯 해결

챗봇이 젊은 세대에게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커버그가 기조 연설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점점 업체에 전화하는 것을 싫어하고 친구와 메시징하듯이 업체와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 중 하나이다. 새로운 세대는 사람과 직접 얘기하는 것을 더 피하고 오히려 화면을 통해 문자로 주고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

크기변환_참고사진 -Microsofts-AI-Chatbot-Has-Been-Tainted밀레니얼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을 연구한 MIT의 셰리 터클 교수는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는 연결은 늘어나지만 직접적인 대화는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녀의 신간 ‘대화 되찾기(Reclaiming Conversation)’에서 사람들이 대화보다 채팅을 선호하는 이유가 자기 모습을 자기 마음대로 나타낼 수 있고, 시간을 소유하며, 내용을 편집하거나 손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에서 봤듯이 사용자의 대화 과정에서 잘못된 대응은 기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작은 오류가 때로는 큰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챗봇의 대화 능력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책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봇 개발자의 잘못인지, 데이터의 잘못인지, 학습 오류인지를 규명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가상 비서가 봇과 얘기하고, 봇과 봇이 의사소통을 하거나, 때로는 SNS에 글을 올리는 경우도 경험할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이 되고 나서 나에게 댓글을 다는 존재가 운영자일지 아니면 챗봇이 올리는 글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챗봇을 포함한 모든 소프트웨어 봇이 이미 인터넷 안에 무수히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자연어를 통해 우리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이런 존재에 대해 또 다른 의인화와 감정 이입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감정을 파악해 나를 위로하거나 위로 받기를 원하고, 생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 뿐만 아니라 대화에 서투른 사람들, 외로움에 고통 받거나, 정신적 위안이 필요한 사람과 대화하고, 나아가서 상담과 치료를 하게 될 수 있다. 그 형태는 로봇이 될 수도 있고, 단지 메신저의 계정일 수도, 페이스북의 사용자로 나타날 수도 있다. 나의 특성을 모두 파악한 내 챗봇이 나를 대신해 페이스북에서 친구에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 수도 있다.

1960년대 초보적인 대화 프로그램 엘라이자(ELIZA)를 만든 조셉 와이젠바움 교수는 사람들이 단순한 엘라이자에 빠져들어 중독을 보이는 면을 보고, 이를 심각히 받아들인 다음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매우 비판적 학자가 되었다. 그는 인공지능의 실현이 가능해져도 절대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컴퓨터는 절대로 인간성을 가질 수 없고, 동정심이나 지혜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쉽게 챗봇을 의인화 시킬 것이고 감정 이입을 할 것이다.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영화 ‘허(Her)’에서 사만다가 동시에 8,316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 안 시오도어처럼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챗봇을 서비스하는 회사들은 점점 더 챗봇에 성격을 부여할 것이고 이들이 마치 인간과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게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존재를 단지 기술의 진보로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 윤리 가이드라인을 갖도록 하는 것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는 주제이다.

캡처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 (stevehan@techfronti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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