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홈팟에 애플은 없다

애플 홈팟에 애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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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2017년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산호세 컨벤션 센터(San Jose Convention Center) 에서 ‘2017년 세계개발회의(WWDC)’가 열렸다. 애플은 이번 회의에서 스마트홈 스피커인 ‘홈팟’을 공개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첫 인공지능 스피커 출시가 현실화된 셈이다.

 

애플의 첫 스마트홈 스피커 홈팟(Homepod)이 ‘2017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됐다. 세계개발자회의는 애플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로 앞으로 출시될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및 맥 컴퓨터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회의에서 단연 주인공은 ‘홈팟’이다. 7인치에 불과한 이 작은 기기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취재진에 둘러싸인 애플 홈팟. 홈팟의 색상은 화이트와 스페이스 그레이로 두 가지다. 아이폰 5s 이상의 모델과 호환된다. <출처: AP 통신사>

스마트홈 스피커 홈팟에는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가 탑재됐다. 애플이 단순히 스피커가 아닌 인공지능 비서의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홈팟은 12월부터 영국, 호주,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스마트홈 스피커 시장은 구글과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15년 가장 먼저 출시된 에코의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미국의 시장조사기업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스마트홈 스피커 사용자의 71%가 아마존 에코를 사용하고 있고, 24%가 구글 홈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과 구글이 스마트홈 스피커 시장의 95%를 차지한 이 시점에서 애플이 독주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후발주자인 애플의 ‘홈팟’이 스마트홈 스피커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서 어떤 묘안을 내놓았는지 살펴보자.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출처: 애플>

 

애플은 승부수를 ‘음악 감상’에 두었다.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필립 실러 애플 글로벌 마케팅 담당 수석부사장은 “애플뮤직과 시리를 합친 것이 홈팟”이라며 홈팟을 음악학자(musicologist)로 정의했다. <출처: Z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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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팟 내부. 내부에는 A8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6개의 마이크로폰이 장착됐다. <출처: TechHive>

홈팟은 음악 감상에 최적화됐다. 먼저, 홈팟은 높이 172mm, 지름 142mm의 원통형 몸체로 태어났다. 아이폰6에 탑재된 A8 프로센서, 트위터(고음 스피커) 7개와 4인치 우퍼(저음 스피커) 한 개가 내장됐다. 마이크도 6개나 탑재됐다. A8의 역할은 주변 환경을 읽어 최적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실내 공간과 사물을 분석해 최적의 사운드를 찾는다. 가령, 벽에 반사되는 소리와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주요 악기 소리와 가수 목소리는 이용자에게 직접 쏘고, 코러스나 배경을 덮는 소리는 벽과 주변 환경에 반사해서 들리도록 해주는 식이다. 또한 실내 음향을 측정해 오디오 레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센서도 넣었다. 이를 통해 실내 공간의 가구 배치에 따라 음향이 자동조절 된다.

그동안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는 스피커 음질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이와 달리, 홈팟은 스마트홈 스피커의 다양한 기능 중 ‘스피커’ 기능을 우선으로 삼는다. 팀 쿡 애플 CEO는 “과거 아이팟이 주머니 속의 음악 감상 환경을 재창조했다면 홈팟은 집 안 음악 감상 환경을 재창조할 것”이라고 야심을 내비쳤다.

더욱이 홈팟은 4,000만곡 이상 음원을 갖춘 음악 플랫폼 애플뮤직과 연동된다. 즉, 사용자들은 애플뮤직과 연동해 홈팟에서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는 분명 애플뮤직 유저에게는 큰 매력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홈팟이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 홈’을 뛰어넘는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여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애플이 이날 공개한 홈팟의 가격은 349달러다. <출처: Engadget>

첫째, 지나치게 비싸다.

애플의 홈팟은 349달러에 출시될 예정이다. 179달러인 에코의 약 두 배다. 뿐만 아니라 구글 홈(129달러)이나 아마존 에코닷(49달러)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소노스, 보스 브랜드에서 나오는 무선 스피커에 비해서도 비싼 편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집에서 음악을 즐기기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많다. 소노스(Sonos)의 무선 스피커 시스템은 훌륭하지만 스마트하지 않고, 다른 스마트 스피커(아마존 에코, 구글 홈)는 별로 뛰어나지 않다”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결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플 홈팟과 경쟁 제품 가격 비교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십분 양보해 애플의 의도대로 에코나 구글 홈보다는 스피커 성능이 좋고, 소노스보다는 스마트한 기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가격이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 사이트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이번 애플 홈팟의 가격 책정을 두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애플 세금(Apple tax)’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애플 제품들은 비슷한 성능을 갖춘 기기보다 더 비싸다. 애플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인사이드는 이번 전략이 오디오 애호가나 스마트홈 구매자를 납득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를 보였다.

IT 전문매체 더비지 역시 홈팟이 매력적이지 않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높은 가격을 꼽았다. 더비지는 어떤 소비자는 스마트홈 스피커를 몇 개씩 구매해 집 안에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구글은 스마트홈 스피커의 가격을 점점 낮춰 이용자가 집 안 곳곳에 설치해 기기의 접근성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이 애플의 홈팟의 가격이 349달러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개를 구매하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둘째, 덜 똑똑한 시리.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출처: 애플>

홈팟에는 ‘시리’, 에코에는 ‘알렉사’, 구글홈에는 ‘어시스턴트’가 각각 탑재되어 있다. 스마트홈 스피커 속 인공지능은 인간의 라이프 방식을 변화시킨다. 홈팟을 통해 음성으로 뉴스와 날씨, 교통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헤이 시리, 80대 유행하던 음악 틀어줘” 이 한마디에 홈팟은 노래를 선별해 틀어준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은 구글과 아마존에게는 인공지능 1단계에 불과하다. 최근 구글 i/o에서 구글은 구글 홈에 사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저장된 일정이나 항공편 등을 미리 알려주는 ‘선제적 서비스’가 곧 적용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에코룩(Echo Look)은 컴퓨터 비전 기술과 결합돼 음성인식뿐만 아니라 이미지 인식으로 사용자의 스타일을 분석해서 의상을 추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은 AI분야에서 여전히 후발주자”며 “애플이 디바이스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과감하고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셋째, 차별화된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애플뮤직과 연동되는 홈팟. <출처: apple>

홈팟의 가장 큰 장점은 4,000만곡 이상 음원을 갖춘 음악 플랫폼 애플뮤직과의 연동 기능이다. 홈팟 사용자들은 애플뮤직과 연동해 집에서도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는 애플 뮤직 사용자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일 수 있다. 애플뮤직이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이 애플뮤직의 독자적인 생태계만 밀고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애플은 자사의 서브 스크립션 음악 서비스에 연결한다고 말했지만, 스포티파이(Spotify)나 다른 서비스에서 노래를 재생할 수 있는지, 타사 개발자가 음성 활성화 기능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2017년 기준으로 5,000만 명의 유료 가입자(애플 뮤직 2,700만 명)를 보유하고 있다.

WWDC에서 공개된 애플 홈팟, 혁신으로 보기엔 아쉬워
2017년 기준으로 스포티파이의 유료가입자는 5,000만 명, 애플뮤직의 유료가입자는 2,700만 명이다.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즉, 애플뮤직 외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되지 않는다면, 이는 많은 잠재 고객이 아마존이나 구글로 떠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다른 제품 및 서비스와의 ‘연결성’과 ‘확장성’도 중요한 요소다. 반면, 아마존 알렉사로는 우버를 부를 수도 있으며, 온라인 상점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구글 홈은 구글 검색과 연동하여 정보 검색에 유리하다. 구글홈과 아마존 에코와 달리, 애플 홈팟이 할 수 있는 기능의 확장 가능성은 빈약하다.

앞으로 스마트홈 스피커 시장의 미래는 밝다. 시장 조사 기관인 이마켓터(eMarketer)는 미국 내 3천 5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올해에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성 인식 스피커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과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스마트홈 스피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인공지능 음성인식 시장에 뛰어들 예정인만큼, 불붙은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고객을 사로잡는 혁신이 필요하다. 애플 스스로 가치를 재발견하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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